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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검증(Assumption Testing)

친구들과 토요일에 한강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고 해 봅시다. 이 계획은 말하지 않았을 뿐, 여러 가지를 “당연히 그렇겠지” 하고 믿고 있습니다.

  • 토요일에 비가 오지 않는다.
  • 친구들이 모두 그날 시간이 된다.
  • 누군가 돗자리를 가져온다.

이렇게 확인하지 않았지만 맞다고 믿고 있는 것이 가정입니다. 가정 검증은 이 가정들을 종이에 꺼내 적고, 두 가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1. 틀리면 계획이 망가지나? 돗자리가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이지만, 비가 오면 소풍 자체가 취소됩니다.
  2. 얼마나 확실한가? 친구들 일정은 단톡방에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흘 뒤 날씨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챙길 것은 “틀리면 계획이 망가지는데, 확실하지도 않은 것”, 여기서는 날씨입니다. 날씨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두 가지를 미리 정해 둡니다.

  • 신호: 금요일 저녁 일기예보에서 비 올 확률이 60%를 넘으면 계획을 바꾼다.
  • 대비책: 비가 오면 갈 수 있는 실내 장소를 미리 하나 찾아 둔다.

회사의 사업 계획이나 누군가의 주장도 똑같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결론 밑에는 늘 “당연히 그렇겠지”가 깔려 있고, 일이 틀어지는 건 대개 그 가운데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하나 때문입니다. 아래는 이 과정을 조금 더 정확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가정 검증(Assumption Testing)은 계획이나 주장이 확인하지 않은 채 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전제를 모두 적어 내고, 그중 틀리면 결론이 바뀌는 것을 골라 먼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목표는 가정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 없이 세울 수 있는 계획은 없습니다. 목표는 가정을 눈에 보이게 만들고, 어떤 정보나 사건이 나타나면 그 가정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같은 발상이 여러 분야에서 따로 발전했습니다.

분야이름더한 것
정보 분석핵심 가정 점검(Key Assumptions Check)분석 결론을 받치는 전제를 적고 하나씩 따져 묻는 절차
장기 계획가정 기반 계획(Assumption-Based Planning, RAND의 James Dewar)무너지면 계획이 흔들리는 가정과 실제로 무너질 수 있는 가정을 골라, 신호와 대비 행동을 붙이는 것
신사업발견 중심 계획(Discovery-Driven Planning, McGrath·MacMillan)가정을 이정표마다 확인해 “지식”으로 바꾸고, 확인된 만큼만 자원을 넣는 것
전략전략적 가정 도출·검증(SAST, Mason·Mitroff)가정을 중요도와 확실성 두 축에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의 가정을 맞붙이는 것
  • 사실과 가정이 섞이는 것을 막습니다. 계획서의 문장 상당수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기대나 추론입니다. 나눠 적는 것만으로 논리의 빈 곳이 드러납니다.
  • 확인할 순서를 정해 줍니다. 모든 가정을 확인할 시간은 없습니다. 중요하면서 불확실한 가정 몇 개에 집중하게 합니다.
  • 새 정보를 놓치지 않게 합니다. 무엇을 가정하고 있는지 적어 두지 않으면, 그 가정과 어긋나는 정보가 와도 잡음으로 흘려보내기 쉽습니다. 적어 두면 “이건 우리 가정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 놀랄 일을 줄입니다. 가정이 무너질 때 보일 신호와 그때 할 일을 미리 정해 두면, 상황이 바뀌어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 반대 의견이 있을 때 더 잘 작동합니다. 구조화된 반대(악마의 변호인, 변증법적 탐구)를 거친 집단이 합의만 한 집단보다 숨은 전제를 더 많이 찾아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Schwenk 1990의 메타분석).
  • 사업 계획, 제품 전략, 예산안처럼 여러 가정이 겹겹이 쌓인 문서를 검토할 때
  • 그럴듯한 주장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
  • 불확실성이 큰 새 프로젝트에서 무엇부터 확인할지 정할 때
  • 분석이나 계획을 시작할 때, 그리고 최종 결정 직전에 한 번 더
  • 이미 충분히 검증된 반복 업무. 모든 전제를 의심하면 실행이 멈춥니다. 발견 중심 계획도 안정적인 기존 사업에는 일반적인 계획이 맞다고 봅니다.
  • 되돌리기 쉽고 작은 결정. 가정을 따지는 것보다 직접 해 보는 편이 더 싸고 빠릅니다.
  • 확인해도 결정이 달라지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와도 할 일이 같다면 확인에 드는 시간이 낭비입니다.
  1.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이 계획은 성공한다”가 아니라 “6개월 안에 유료 고객 100명을 모을 수 있다”처럼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2. 그 결론이 성립하려면 참이어야 하는 것을 모두 적습니다. 문서에 적힌 전제뿐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 적지 않은 전제도 적습니다. 각 문장을 사실(확인됨), 추론(사실에서 끌어냄), 가정(확인 안 됨), 예측(미래에 대한 판단)으로 나눕니다.

  3. 가정마다 따져 묻습니다.

    • 왜 이것이 참이어야 하는가? 어떤 조건에서도 참인가?
    • 얼마나 확신하며, 그 확신은 어디서 왔는가?
    • 예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덜 맞는 것은 아닌가?
    • 틀린다면 결론이 크게 바뀌는가? 어떻게 바뀌는가?
  4. 두 축으로 추립니다.

    • 중요도: 틀리면 결론이 무너지는가? (Dewar는 이런 가정을 “하중을 받치는(load-bearing)” 가정이라고 부릅니다.)
    • 확실성: 계획 기간 안에 무너질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가? (무너질 수 있는 가정은 “취약한(vulnerable)” 가정입니다.)

    중요하면서 불확실한 가정이 핵심 가정입니다. 중요하지만 확실한 가정은 적어만 두고, 중요하지 않은 가정은 넘어갑니다.

  5. 핵심 가정마다 네 가지를 정합니다.

    • 신호: 이 가정이 틀렸다면 무엇이 보일까?
    • 확인 방법과 시점: 가장 싸고 빠르게 확인할 방법은 무엇이고, 어느 이정표까지 확인할까?
    • 다지는 행동: 가정이 참으로 유지되도록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 대비 행동: 가정이 무너질 때를 대비해 지금 준비할 일은?
  6. 진행하면서 다시 봅니다. 확인된 가정은 지식으로 옮기고, 새로 생긴 가정을 목록에 더합니다. 신호가 보이면 계획을 고칩니다.

  • 당연한 가정을 건너뛰는 것. 가장 위험한 가정은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적지 않은 것일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고 참이라고 믿기 때문에 좀처럼 따져지지 않습니다.
  • 목록만 만들고 추리지 않는 것. 가정 서른 개를 적고 끝내면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핵심 가정은 보통 몇 개입니다.
  • 검증 대신 확인을 하는 것. 가정을 지지하는 증거만 찾으면 검증이 아니라 확증 편향입니다. “이 가정이 틀렸다면 무엇이 보일까”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찾습니다.
  • 과거에 맞았으니 지금도 맞다고 보는 것. 오랫동안 문제없었던 가정일수록 환경이 바뀐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 계획을 세운 사람 혼자 점검하는 것. 자기 계획의 전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계획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사람이나 주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당연한 전제를 더 잘 묻습니다.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면 AI에게 반대 역할을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 가정이 아니라 사람을 비판하는 것. “네 생각이 틀렸다”가 아니라 “이 가정이 어떤 경우에 무너지는가”로 말해야 방어가 아니라 점검이 됩니다.

함께 쓰면 좋은 사고법: 사전 부검은 실패를 가정하고 거꾸로 원인을 찾아 숨은 가정을 드러내고, 레드팀은 외부자의 눈으로 가정을 공격하며, 기저율은 “우리는 다를 것”이라는 가정을 비슷한 사례의 결과와 비교합니다.

관련 스킬

주장

숨은 가정 점검

계획서, 사업 계획, 주장, 예측이 기대고 있는 가정을 말하지 않은 전제까지 꺼내 적고, 틀리면 결론이 무너지는데 확실하지도 않은 핵심 가정을 골라 무너질 때 보일 신호와 가장 싼 확인 방법을 정한다. 사용자가 계획이나 주장을 보여 주며 '숨은 가정', '전제 점검', '가정 검증', '이게 뭘 믿고 있는 거지', '이 계획 믿어도 되나'를 묻거나,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근거가 확인된 것인지 점검하려 할 때 쓴다.

사고법: 가정 검증

출처

  1. James A. Dewar. Assumption-Based Planning: A Tool for Reducing Avoidable Surprises (새 탭에서 열림). 2002 · 책 — Cambridge University Press, RAND Studies in Policy Analysis
  2. Rita Gunther McGrath, Ian C. MacMillan. Discovery-Driven Planning (새 탭에서 열림). 1995 · 아티클 — Harvard Business Review
  3. U.S. Government. A Tradecraft Primer: Structured Analytic Techniques for Improving Intelligence Analysis (새 탭에서 열림). 2009 · 공식 문서 — Key Assumptions Check 기법 수록
  4. Richard O. Mason, Ian I. Mitroff. Challenging Strategic Planning Assumptions: Theory, Cases, and Techniques. 1981 · 책 — Wiley. 전략적 가정 도출·검증(SAST)
  5. Charles R. Schwenk. Effects of devil's advocacy and dialectical inquiry on decision making: A meta-analysis (새 탭에서 열림). 1990 · 논문 —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6. Wikipedia: Assumption-based planning (새 탭에서 열림) · 백과사전
  7. Wikipedia: Discovery-driven planning (새 탭에서 열림) · 백과사전
  8. Wikipedia: Strategic assumption surfacing and testing (새 탭에서 열림) · 백과사전